지난 몇 달간만 해도 디씨에서
새롭게 자막을 제작하시는 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 그동안 글만 보시다가 작업을 시작하신 분도 계실꺼고,
처음으로 기미갤을 알게 되어, 본래 하시던 활동을 이곳에서
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어찌 되었든, 자막 제작자 분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미드를 보는 입장에서나 자막 제작을 하는 입장에서나
질과 재미를 배가 시키는 데 있어서 긍정적인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모든 작업이 그러하듯이 이 미드 자막 제작도 아무 경험없이
실력만 가지고 뛰어든다고 해서,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자막 제작에 꾸준히 참여하고 계시는 분들의 경험을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리고자, 이 자막 제작자 분들과의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 했습니다.
이번에는 디씨 기미갤에서 Glee, 퍼펙트 커플즈 등의
미드 자막을 제작하시 라이언a 님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자막 제작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음 글에서는 라이언a님의 자막 제작 팁을 자세하게 올리겠습니다.
글이 긴 만큼 정말 좋은 내용이 있습니다. 꼭 끝까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자막 만들 때 중요시 여기는 게 있나요?
우선 자막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번역의 정확성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자막에는 제작자의 개성과 스타일이 또렷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지만,
되도록이면, 작가가 의도한 본래 대사의 느낌을 정확하게
우리말로 옮기는 것이 자막 제작의 최우선적 목표가 아닐까 싶거든요.
다음으로 저는 가독성이 높은 자막을 만들기 위해 핵심적인 어구를
모두 포함하면서도 최대한 간결하게 문장을 정리하려고 노력한답니다.
또한 번역 단계에서 영어를 우리말로 직역했을 때 본래의 어감이 잘 살아나지 않거나,
한정된 글자수로는 충분히 설명하기 힘든 표현이 등장하면
과감하게 의역을 하는 편이에요. 의역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기는 하지만,
원래 대사에 대한 제작자의 완전한 이해가 뒷받침된 상태에서
극의 재미를 끌어 올리기 위한 적당한 수준의 의역은 오히려 자막으로
미드를 즐기는 큰 묘미이지 않을까요?
더 나아가 자막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띄어쓰기와 맞춤법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데, 번거롭지만 문장 하나하나를 모두 다
맞춤법 검사기로 확인하고 있어요. 또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대사가
등장해야만 보시는 입장에서 자연스레 극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자막의 싱크를 실제 대사에 맞춰 직접 찍고 있답니다.
덕분에 번역만큼이나 싱크 맞추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지만,
싱크의 정확성은 번역만큼이나 자막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니까요.
또 간혹 자막이 그 자체로 스포일러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가독성 높은 자막을 만들기 위해 자막은 절대 두 줄을 넘기지 않고,
한 화면에 너무 많은 대사를 쏟아내기 보다는 보기 좋게 문장을 나누어
싱크를 찍으려고 해요. 길고 빠른 대사를 자연스럽게 여러 문장/싱크로
나누고 합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든 작업인데, 이처럼 번역 이후 문장을
다듬는 과정에서도 만만치 않게 시간이 소요된답니다.
이런저런 과정들을 거치다 보면 자막 제작 시 한 에피를 최소 네 번 이상은
보게 되는데,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최대한 실수 없이 정확도 높은 자막을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외에도 인물의 상하관계, 존대 등을 파악하고 그 인물의 성격에 걸 맞는
일관된 어투로 번역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인 것 같고요,
특히 코미디 장르의 경우 흔히 말하는 ‘웃음 포인트’ 를
어떻게 번역하느냐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너무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센스를 발휘해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녹아 드는 번역을 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꽤 까다로운 작업이거든요.
일단 저는 원칙적으로 최대한 원래 대사를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면서
어투나 표현 자체에 약간 포인트를 두는 식으로 번역하고 있고요.
다만 특정한 레퍼런스를 이용한 개그나 영어권 국가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유머 코드인 탓에 부연 설명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순간적인 웃음을 전달할 수 없는
대사가 등장할 때는 더욱 고심할 수 밖에 없는데요,
이 경우 저는 원래 대사와는 표현과 의미가 약간 달라지더라도
최대한 그 느낌 그대로의 ‘웃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답니다.
물론 의역을 할 땐 반드시 과하지 않게, 적당한 수준을 지키도록
더욱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요.
[글리 2x01] 비스트 대사 중 ‘넌 T.O.P 가 아니라 그냥 커피야’ 라던지,
[글리 2x03] 의 ‘치느님,’ [글리 2x13] 의 ‘짭스틴 비버’ 등이 그 예인데,
고심해서 번역한 표현이 극의 재미를 더했다는 칭찬을 들을 때면
자막을 만드는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곤 한답니다.
더불어 레퍼런스가 많이 등장하는 코미디 작품들의 경우
대사 한 줄 한 줄을 그냥 흘려 보내지 않고 깊이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세심함이 필요한 것 같고요, 영어 표현을 무조건 그대로 직역하기 보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이나 관용어구로 적절하게 대체해
훨씬 보기 좋고 매끄러운 자막을 만들기 위해 부족한 실력이나마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 자막 만드는 것과 관련해 어떤 노하우나 팁이 있나요
다른 자막 제작자 분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도 번역할 때는
위키피디아 / 어번 딕셔너리 / 구글 / 온라인 사전 / 포털 사이트 등을
모두 한 창에 띄워놓고 작업한답니다. 잘 아는 표현이나 단어라도
혹시 내가 미처 캐치하지 못한 레퍼런스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표현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또 명확하게 우리말로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 표현을
열심히 구글링 해 혹시 숨은 의미는 없는지,
그리고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다른 표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해보곤 해요.
그 과정에서 여러 온라인 사전에 등재된 원어민의 답변을 확인하는 것도 좋지만,
실제로 그 표현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여러 예문들을
읽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되더라구요.
이 밖에도 저는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있어요.
잘만 검색하면 빠르고 명쾌한 답변을 구할 수 있거든요.
자막 제작 툴은 명성이 자자한 머느님의 [키섭싱크] 를 사용하고 있어요.
기존에는 [한방에] 를 사용했었는데 그에 비해 훨씬 정확하고 간편하게
싱크를 맞출 수 있고, 그 밖에 자막 제작자에게 너무도 유용한
부수적 기능들이 정말 많아요.
(머느님 찬양!) 저는 글리 5회부터 키섭싱크를 사용해오고 있는데,
저 자신도 이전 자막들과는 결과물이 확연히 다름을 느낀답니다.
전혀 어렵지 않고 오히려 참 쉽고 편한 프로그램이라,
자막 처음 제작하시는 분들께도 적극추천! 합니다
또 요즘에는 자막 제작하는 편수가 부쩍 늘어나면서 다른 제작자 분들의
자막이나 TV에서 방영하는 영화, 드라마 등의 자막을 유심히 보고 있어요.
물론 제작자 분들마다 각각의 제작 방식과 스타일이 다르고
딱히 정답이라는 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영상 번역이라는 큰 틀 안에서
다른 분들의 자막을 참고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 등을 자연스레 익히고,
제 자막에 고쳐야 할 점이 없는지 연구하다 보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더불어 글리의 경우 한 에피 당 최소 4곡에서 많으면 7곡 이상의
노래가 등장하는데요, 그 대부분이 극의 흐름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가사 해석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
조금 오버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단순히 극에 등장하는 가사만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곡의 배경과 숨은 뜻,
아티스트의 음악세계까지 상세히 파악한 뒤에 극의 분위기에 맞춰
아주 정확하게 가사를 해석하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평소에 음악에 관심이 많은 탓도 있지만 음악 드라마답게
등장하는 곡들이 매 에피의 핵심적인 구성요소라
그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글리는 요즘 인기가 아주 높은 작품이다 보니
자막 배포 시간을 앞당기기 위한 하나의 노하우가 생겼는데요,
요즘에는 방영 전에 에피 삽입곡이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신속한 자막을 위해 미리 곡에 대한 사전조사와 해석을 마쳐놓는 편이에요.
생각보다 시간이 꽤 소요되는 작업이라 하루는 음악 조사, 하루는 자막 제작,
이렇게 일주일에 글리 자막 제작에는 이틀이 꼬박 걸리네요.
다만 이렇게까지 열심히 사전조사를 마쳐도 아무래도 영상 번역이다
보니 글자수에 제한이 많아 의도한 만큼
좋은 가사 해석을 보여드릴 수 없을 때가 많아 아쉽기도 하네요.
마지막으로 자막이 완성되면 극의 분위기를 포괄할 수 있는
좋은 '짤' 을 만드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자막 제작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감을 잡으셨나요?
그럼 이제 다음 글을 통해서 자막 제작 하는 데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을 얻어 보세요.
다음 글에선
1. 사람들이 쉽게 알지 못하는 용어에 대한 자막을 어떻게 처리 하는지
2. 자막을 최대한 어떻게 우리 말로 할 수 있는 지
3. 영상 내의 인물들간의 존대 관계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 지
이에 대한 라이언a님의 답변을 보실 수 있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지난 인터뷰 놓치셨나요? 여기 모았습니다.
http://11pm.tistory.com/102
7화 - 4Tom2 님
http://11pm.tistory.com/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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